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와닿지 않는 계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말 그대로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의 이 옛말이 지금의 마음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것 같다. 달력상으로는 봄의 문턱인 우수를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마음은 여전히 움츠러들고 현실은 녹지 않는 얼음 같은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봄을 알리는 꽃망울이나 싹은 보이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과 마음속에는 아직까지도 살얼음이 가득하다. 이렇게 애매하고 답답한 감정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현재의 상태느낌필요한 자세
계절은 봄, 체감은 겨울답답함, 불안함, 애매함변화를 믿고 준비하기
경제적, 정서적 봄은 멀게 느껴짐마음의 빗장이 걸린 듯한 답답함스스로 바닥을 만들고 정리하기
개인적인 관계와 감정 소모 지속움츠러듦과 책임감 사이의 갈등의미 없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하기

봄이 왔는데 왜 춥지? 춘래불사춘의 의미

춘래불사춘은 단순히 날씨 이야기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봄이 왔는데 정작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온도는 여전히 겨울 같은 그런 상태를 말한다.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절기 ‘우수’는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매서운 겨울이 물러가고 봄으로 접어드는 변곡점이지만, 이 시기는 발밑이 질척거리고 봄 햇살은 아직 미지근하다. 우리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내 주머니 사정과 마음속은 여전히 꽁꽁 얼어있는 느낌이다. 주변 지인의 도움 요청을 마주했을 때의 복잡한 감정,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모순된 마음까지. 이 모든 것이 ‘춘래불사춘’의 감정이다.

가장 힘든 점은 ‘이제 곧 나아지겠지’라는 기대와 ‘아직 아무것도 변한 게 없네’라는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이다. 계절은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의 세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초조하고 답답하다. 그런데 역사와 자연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라도 계절의 흐름 앞에서는 결국 물러난다는 것이다. ‘우수·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이 그 증거다. 지금의 불완전함은 실패가 아니라, 진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일 뿐이다.

마음속의 겨울, 어떻게 녹일까?

춘래불사춘의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 딛고 일어설 ‘바닥’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이상 의미를 주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지인과의 관계에서 깨달은 것은, 어떤 사람들은 절박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새로운 시작점을 만든다. 반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항상 상황과 운, 다른 사람의 탓을 하며 스스로의 무기력을 정당화한다. 결국 주변의 신뢰를 잃고 상황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지난해 말 들은 현인의 말씀이 떠오른다. “내 주변에 자꾸만 똥파리가 많이 꼰다면, 내가 똥이 아닌지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 이 말은 주변의 부정적인 에너지와 감정 소모에 휘둘리던 나 자신에게 하는 경고 같았다. 그래서 올해는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더 이상 의미를 주지 않는 독서모임을 정리하고, 관계도 과감히 정리했다. ‘지인’이라는 애매한 경계를 명분으로 내 감정 영역을 침범하게 하는 일을 삼가기로 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도 소수의 의미 있는 것들로 집중하기 시작했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소모하던 습관들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은 쉽지 않았고, 아직도 마음처럼 단단해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분명한 건 내게 진정 의미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봄이 왔지만 아직 싸늘한 공기와 움츠러든 나뭇가지가 공존하는 풍경
달력엔 봄이지만 아직은 움츠러듦과 기다림이 공존하는 계절의 풍경

나를 지키는 법,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하기

의미 없는 소음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은 마치 흐린 물을 가라앉혀 맑게 만드는 과정과 같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감정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관계와 습관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문제를 끌어안고 함께 가라앉는 것은 진정한 도움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가 스스로 일어설 힘을 길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인을 도울 때도,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상환 계획과 스스로의 방향성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훨씬 의미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그 부분을 원하지 않을 때, 결국 나는 한계를 느끼고 선을 그어야 했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큰 화재 피해를 입고도 “다시 산 사람은 다시 살아야지”라고 의연하게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진정한 용기는 상황을 탓하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강인함은 나로 하여금 지금까지 파고만 들었던 땅굴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했다. 이 모든 경험은 나에게 하나의 확신을 주었다. 지금의 춘래불사춘, 즉 ‘봄 같지 않은 봄’의 시기는 완전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 시간이며, 이때 내가 정리하고 다지는 것들이 진짜 봄이 왔을 때 훨씬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진짜 봄을 기다리며 지금 할 일

춘래불사춘의 시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계절은 우리의 체감과 상관없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변화를 믿고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발밑이 질척거리고 불편해도, 이는 결국 녹아내릴 얼음일 뿐이다. 중요한 건 막연히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과 주변을 정리해서 봄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는 것이다. 의미 없는 관계, 습관,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고,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애매한 계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꽃은 이미 피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두꺼운 옷을 벗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 그 봄을 기꺼이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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